렉서스 ES300h 시승기, 조용하고 편안하지만 스포티하진 않은 감각

2023. 9. 17. 22:49Mobility

  • 렉서스 es300h를 타고 홍천에 닭갈비를 먹으러 다녀왔습니다.
  • 원래 타던 차인 아우디 q3와 너무 다른 느낌이 생소했습니다.
  • 고급 세단의 맛을 느꼈지만 제 차만큼 가볍지는 않았습니다. 차의 급이나 공간만큼이나 운전자의 취향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 홍천 대우닭갈비입니다.
  • 로컬 맛집이라 가격도 얼마 안 합니다.
  • 주말 주차는 적당히 눈치봐서 주변 길가에 하시거나, 홍천읍행정복지센터에 하시면 됩니다.
  • 보기보다 맵습니다.

  • 렉서스 es300h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나름의 개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느 프리미엄 브랜드의 그릴과도 닮지 않았습니다.
  • 뒷모습은 무난하고, 다소 올드해보이기도 합니다. 굳이 닮았다면 다소 보수적인 독일차 느낌이 납니다.
  • 옆모습 역시 무난합니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멋스럽습니다. 우아한 전면부에 비해 뒤가 다소 심심해보일 수 있겠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본 es300h의 모습이 그렇게 아름답더라구요.

  • 2열에 신경을 쓴 흔적이 보입니다. 특히, 아우디 A6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암레스트가 훨씬 고급스럽고, 수납 공간을 가죽 케이스로 만들었습니다.
  • 사운드는 마크 레빈슨입니다. 스피커에 조예가 얕다보니 제가 타던 Q3보다는 낫다는 정도만 느꼈습니다.
  • 2열 열선이 포함되어 있습니다(이그제큐티브, 7,160만 원).

  • 썬루프는 손으로 커버를 열고 자동으로 덮개를 개방합니다. 크기는 크지 않고, 채광 용도입니다. 있어서 나쁠 것은 없는데, 테슬라처럼 광활한 썬루프가 아니고, 1열과 2열을 아우르는 파노라마식 썬루프도 아니어서 인상적이지는 않았습니다.
  •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백미러였습니다. 요즘 어떤 차를 타든 백미러가 너무 작거든요. 백미러를 볼 일이 없어서라고 제조사들이 생각해서일까요? 주차할 때야 사이드미러와 후방카메라, 360도 어라운드뷰 카메라를 보면서 주차를 하니 백미러의 용도가 없지만, 주행 중에는 백미러를 보게 될 일이 꽤나 있습니다. es300h는 백미러가 다른 차들, 심지어 더 큰 사이즈의 세단이나 suv보다도 커서 시야 확보가 아주 편했습니다.
  • 사이드 미러의 사이즈는 적절했는데, 제가 suv 높이에 익숙하다보니 세단 높이에서 사이드 미러를 보는 게 낯설더라고요. 요즘 차를 타면 시트나 내장 인테리어 옵션보다도 백미러나 사이드 미러 사이즈, 위치 같은 것에 눈이 갑니다. 이런 작지만 운전자의 편의와 운행 안전에 필요한 것들에 신경을 쓰는 제조사가 좋습니다.
  • 내부 인테리어는 다소 올드합니다. 좋게 말하면 클래식하고, 나쁘게 말하면 변화가 없달까요? 기어봉에 가죽을 씌어놓은 것도 그렇구요. 요즘 출시되는 차 중에서는 보기 드문 디자인입니다.
  • 기어 하단에는 ev모드로 주행할 수 있는 버튼이 있는데요, 30~40km/h 정도만 넘어가도 ev주행모드가 해제됩니다. 그리고, 가속 페달을 조금만 깊이 밟아도 마찬가지로 ev모드가 해제됩니다. 사실상 es300h로 ev주행을 즐기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 서울에서 하남스타필드, 홍천,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총 180km를 주행한 결과 총 연비는 21km/l가 나왔습니다. 중간에 스포츠 모드도 테스트해보고, 10~30km/h로 정체구간을 통과하며 크루즈 주행도 테스트해보았으며, 에코모드로 나머지 구간을 달린 결과가 포함된 연비입니다. 하이브리드 특성 상 정체구간에서 크루즈 저속 주행을 하면 연비가 25 이상으로 나오고, 풀린 구간에서 고속 정속 주행을 하면 20 수준이 지속적으로 나옵니다. es300h는 일반유로 세팅된 차종인데, 연비 걱정은 없을 듯하네요.

  • 소중한 제 차입니다. 2014년식이라 어느덧 10년이 된 차입니다. 이번에는 나도 세단을 타볼까 하는 생각을 하던 차에 우연히 경험해볼 수 있었던 es300h였는데요, 이번 기회에 두 차를 비교해볼 수 있었습니다.
  1. 차의 길이 차이에서 오는 운전 난이도 차이가 큽니다. q3는 4,385, es300h는 4,975입니다. 전방 센서가 없었다면 가늠하기 어려웠을 장애물들이 몇몇 있었습니다. 여성분들이 선호하는 첫 차가 소형 suv인 이유가 있겠지요. 높이 차이도 있습니다. q3 높이는 1,615입니다. es300h는 1,445입니다. 운전석에서 보이는 시야가 확연히 차이납니다. 아무리 소형 suv라도 내려다보며 운전하게 되고, 아무리 중형 세단이라도 둘러보며 운전하게 됩니다.
  2. es300h와 비교하면 q3는 참 시끄럽습니다. 렉서스에서 내려서 제 차에 시동을 거니, 시동을 건 순간부터 디젤차 특유의 소음이 들리더군요. 평소에는 못 느끼던 엔진 소리가 렉서스를 타고 나니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2천만 원 가량의 가격 차이에서 오는 급 차이와, 가솔린 하이브리드와 디젤 파워트레인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겠지요. 그런데, 여기서부터는 운전자의 취향이 반영됩니다. 소음에 신경쓰시는 분들은 극단적으로 볼 때 전기차로 가게 될 것이지만, 소음에 신경쓰지 않는 분들은 디젤 파워트레인도 선택지에 남게 되겠지요. 어차피 음악을 틀어 놓을 것인데 소음이 중요한가 싶은 생각도 들고, 소음 때문에 전기차로 가시는 분들이 결국 소음 때문에 타이어까지 건드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밑 빠진 독처럼 돈을 먹어치우는 게 소음 문제라면 결국 적당한 선에서 타협해도 괜찮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3. 반응성은 비슷하지만, 핸들링이 다릅니다. q3는 즉각 반응하고 핸들링이 가볍습니다. es300h는 즉각 반응하고, 핸들링이 무겁습니다. 그래서 q3는 운전을 하다가 계기판을 보면 '와, 이렇게 재미있는데 속도가 80밖에 안 되네' 하고, es300h는 '와, 이렇게 별 느낌 없는데 벌써 120 밟았네' 합니다. q3는 시끄럽고 재미있습니다. es300h는 조용하지만 다소 지루합니다. 별 거 아닌 것에 왁자지껄 떠드는 게 q3라면, 자기 능력을 다 보여주지 않는 게 es300h입니다. 그래서 두 자동차는 비용이나 차의 급보다는 운전자의 취향에 더 좌우되는 차로 보입니다.

  • 이번 es300h 시승을 계기로 저는 bmw 쪽 suv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스포티한 주행 감각의 suv가 궁금해졌거든요. x3 같은 류의 큰 사이즈 suv 말입니다. 
  • 물론 q5도 마음에 있습니다. 가성비를 생각해서 티구안도 시승해볼 생각입니다. es300h를 타보며 느꼈는데, 저는 조용함이나 고급스러움보다는 운전의 재미, 반응성, 핸들링에 더 무게를 두는 사람이더라구요.
  • 그래도 es300h, 제 값어치를 충분히 하는 차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운전 성능에 관하여는 rav4에 대한 평가도 괜찮았는데, rav4에도 한번 관심을 가져봐야겠네요.